집
몸이 괴로워지니 그는 안해의 생각이 머리속에 문득 떠오른다. 집으로만 가면 따스한 품이 기다리련만 왜 이 고생을 하는지 실로 알다가모를 일이다.
하지만 다시 잘 생각하면 안해 그까짓건 실혓다. 아리랑타령 한마뒤 못하는 병신, 돈 한푼 못버는 천치- 하긴 초작에야 물불을 모를만치 정이 두처웟스나 때가 어느 때이냐, 인제는 다 삭고 말엇다.
뭇 사람의 품으로 올마안기며 에쓱어리는 들병이가 말은 천하다 할망정 힘 안드리고 먹으니 얼마나 부러운가. 침들을 게게 흘리고 덤벼드는 뭇 놈을 이손저손으로 맘대로 후물르니 그 호강이 바히 고귀하다 할지라.(127쪽) 내일부터라도 게숙이를 따라다니며 먹을텐데 따는이것저것을 가리다는 죽도 못빌어 먹는다. 그 보다는 몸이 열파에 난대도 잘먹을수만 있다면이야 고만이아닌가-(129쪽)
김유정 소설의 인물군 중 흥미로운 인물이 들병이다. 병에다 술을 넣어 다니며 파는 사람으로 쉽게 말해 떠돌이 창녀. 이러한 들병이는 그의 소설 <총각과 맹꽁이>, <안해> 또는 <조선의 집시>라는 그의 수필에서도 만날 수 있다. 이러한 들병이에게는 남편이 있고 그런 남편은 아내에게 기생한다. <솟>은 들병이의 남편이 되기 위해 자신의 아내를 버리고 집의 가장 중요한 재산, 게다가 아내와의 행복한 추억이 어려있는 솥까지 떼어 오는 한 남편의 이야기다. 들병이에 홀린 철 없는 남자의 지질한 내면의 끝을 엿보는 것이 이 소설의 재미.
아내가 아리랑 타령도 못하고 돈 한푼 못벌기 때문에 싫다는 , 힘 안들고 돈을 벌며 곁에서 빌어먹을 수 있기 때문에 들병이가 좋다는 저 심리. 그 시작은 어디부터일까. 이 작품을 읽으며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사회-경제적 구조을 열심히 찾았는데, 어쩌면 그것은 한 개인의 성격 탓으로 보기에는 너무 지질하고 혹시 저런 인간이 많았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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